- 위로는 노부모 봉양, 아래로는 자녀 교육·부양… 중압감과 우울감 높은 40·50대 가장들의 심리적 돌파구 마련
- '부부·아빠 수업'으로 가정 내 소통 회복하고 ‘신천지 자원봉사·동아리’로 일상 활력 충전
- “책임감에 억눌렸던 삶에서 탈피”… 공동체 안에서 정서적 고독 해소한 장년회 사례 주목
[새아침경제신문=이영준 기자] 오늘날 대한민국의 40·50대 중장년층 남성들은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인 동시에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진 ‘끼인 세대’로 꼽힌다.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 위로는 노부모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미취업이나 학업 중인 자녀를 거둬야 하는 ‘이중 부양’의 책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정작 본인들의 노후 준비는 부족한 채 가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왔지만,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직장 내 치열한 생존 경쟁, 그리고 가정 내 소외감이다. 이러한 구조적 압박은 결국 중년 남성들을 정신건강의 취약지대로 내모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년 남성들이 일상 깊숙이 안고 있는 우울감은 객관적인 보건의료 통계로도 증명된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에 완만하던 우울감 지표는 고용 불안과 은퇴 압박이 본격화되는 50대에 접어들며 다시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서도 남성 우울증 환자 중 40·50대가 무려 36.5%를 차지해 이들이 겪는 심리적 위기의 심각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가장은 강해야 한다’는 유교적 인식 탓에 우울감을 외부에 표출하지 못하고 홀로 앓다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급격한 고독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중년 가장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의 심리적 고립을 해소하고 일상의 활력을 되찾아주기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이 이어져 눈길을 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예수교회) 장년회는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40·50대 가장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나섰다.
실제 신천지예수교회 장년회 회원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제공하는 소통과 나눔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으로서의 심리적 중압감을 극복하고 이 시기를 인생의 가장 빛나는 '전성기'로 바꾸어가고 있다. 이들이 고독감과 우울증을 이겨내고 밝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결은 삶의 다방면을 채워주는 '네 가지 핵심 활동'에 있다는 분석이다.
◼ 가정 내 소통과 존재감을 회복하는 ‘부부·아빠 수업’
가족간의 굳게 닫힌 소통의 벽을 허무는 ‘부부·아빠수업’ 프로그램은 현장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행사에 참여한 김시현 양(16·서울 마포구)은 "사실 처음엔 아빠랑 단둘이 몇 시간 동안 붙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숨 막히는 어색함’을 각오하고 왔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김 양은 “하지만 같이 미션을 수행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아빠의 반전 매력과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장년회 삼촌들과 교사,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가는 것 같아 집에 갈 땐 아빠 손을 먼저 잡고 갈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사춘기 아들과 함께 참여한 임세규 씨(53, 서울 서대문구) 역시 중년 가장의 현실적인 고충과 소감을 위트 있게 전했다. 임 씨는 “평소 집에서는 아들 녀석에게 말을 걸어도 ‘네’, ‘아니오’ 같은 단답형 대답만 돌아와 가장으로서 다소 쓸쓸하고 위축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아 현장의 중년 아빠들로부터 깊은 공감의 웃음을 자아냈다. 임 씨는 “그런데 오늘 몇 시간 동안 아들과 땀 흘리고 소통하며 게임 이야기로 같이 배를 잡고 웃다 보니, 아들이 나를 ‘지루한 아빠’가 아니라 ‘말이 통하는 멋진 친구’로 바라봐 주는 게 느껴지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 사회적 보람을 찾는 ‘신천지 자원봉사’
장년회 회원들은 오랜 사회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천지 자원봉사단’의 든든한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평일에는 직장인이자 가장으로 일상을 지키고, 주말에는 틈틈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나눔을 실천한다.
특히 지역 하천 환경 정화, 소외계층 주거환경 개선(도배·장판 교체), 독거노인 반찬 배달 등 손길이 닿지 않는 곳곳에서 앞장서 봉사하고 있다.
가족 부양의 책임감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던 회원들은 이웃을 위한 자발적 나눔을 통해 보람과 자존감을 회복한다. 이들에게 봉사는 교회와 신앙생활의 연장이이자 ‘네 이웃을 섬기라’는 성경 말씀을 직접 실천하는 원동력이 된다.
자원봉사단에서 활동 중인 이재석(53·남·원주시 단계동) 씨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번아웃이 왔었다”라며 “하지만 주말마다 동료들과 봉사 조끼를 입고 이웃을 위해 땀 흘리면서 내가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자존감을 찾았다”고 전했다.
◼ 나이를 잊은 열정, ‘교회 내 동아리 활동’
활기찬 일상의 정점은 온전히 나만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취향 저격 동아리 활동이다. 주말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 족구, 등산 등 역동적인 스포츠 동호회는 물론, 색소폰이나 통기타 연주, 사진 촬영, 캘리그래피 등 다채로운 문화 예술 소모임이 활발히 운영된다. 평소 생업에 밀려 잊고 지냈던 취미를 동료들과 즐기며 나이를 잊은 활력을 충전하는 모습이다.
동아리 활동으로 활력을 얻었다는 윤대훈(52·남·부산연제구) 씨는 “퇴근 후나 주말에 혼자 있으면 무료하고 잡생각이 많아졌는데, 교회 내 탁구와 밴드 동아리에 가입한 뒤로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같은 연령대 동료들과 취미를 공유하며 소통하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매일이 활기차다”고 전했다.
신천지예수교회 관계자는 “4050 장년층 성도들이 홀로 고립되거나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가정과 사회, 교회 공동체 안에서 모두 지지받고 밝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장년층이 신앙 안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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